본문 바로가기

이안이네 집/이안 & 지안이네 이야기

내가 못하는 것

이안이가 제일 좋아하는 핑크돌고래 인형, 태몽이 핑크돌고래였어요.


내가 못하는 것


이안이가 요새 잠투정이 심하다. 내가 못하는 것을 자꾸 달라며 보챈다. 아빠는 젖을 물리지 못하는데 계속 젖을 찾는 통에 아빤 참 쓸모 없음을 느끼는 요즘이다. 난 아내를 돕고 싶어 애를 받아 안아들고 재우고자 할 뿐인데.. 그것조차 참 어렵다. 

신기하게 잠투정을 신나게 하다가도 엄마한테만 가면 울음이 쏙 그칠때가 많다. 엄마한테서 나는 젖냄새가 아이를 평온하게 만들어주는게 있나보다.

아기를 키우는 집에선 인사치레 하는 말이 "밤에는 잘 자요?" 다. 왜 이말을 물어보는지 심히 공감하고 있다. 오죽하면 내가 아내한테 "이안이가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같아. 낮에랑 밤에랑 정말 틀려. 낮에는 천사인데 밤에는 왜 이렇게 변하는지 모르겠어" 라고 했다가 혼만 났다. 애한테 지킬 &하이드가 뭐냐며 핀잔만 준다. 요맘때쯤 안그런애들 하나 없다며 이안이 편을 들지만 아내도 내심 힘들긴 한가보다. 

일찍 일찍 퇴근해서 집안일도 돕고, 목욕시키는 것도 돕고 해야하는데 요근래 회사에선 내부 감사로 인해 준비해야할 자료가 많아 퇴근이 많이 늦어 말그대로 독박육아를 아내 혼자 감내해야했다.

남성육아휴직 이라는 제도가 존재하기는하나 실재로 그 제도를 이용하기란 참으로 쉽지가 않다. "용기" 라기보단 "오기" 로 써야 할 수준이 되어버린 남성육아휴직 제도는 다음 정권에서는 제발 손봐줬으면 좋겠다.

남자들이 육아휴직을 쓴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실로 대단하다. 바로 "진급포기자" 라는 낙인을 스스로 찍게 되는 것이다. 육아휴직을 쓰면 짧게는 몇개월이겠지만, 최장기간은 1년이다. 1년 쉬고 오면 보통은 타부서로 전보를 보낸다. 옮겨지는 부서에서는 육아휴직자는 바로 진급대상 제외다. 암묵적인 진급 누락으로 인해 군대에서의 "열외"를 여기에서 느끼게되는 것이다. 

그런데 실로 암울한 것은 아직 이런 사례조차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직장상사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어느 부서에 육아휴직쓴다며? 걘 진급생각 없데? 남자가 무슨 육아휴직이야? 집 좀 잘사나? 아니면 와이프가 돈좀 잘 버나? 와이프가 공무원이래? 부터 나오는 직장상사들의 생각들이 후배들의 육아휴직을 쓰고자 하는 작은 용기를 송두리째 짓밟는다. 

나 스스로가 처자식도 있고, 아파트도 분양 받아 대출이 얼만데 쉬어... 그냥 죽어라 일만하자. 며 자기 합리화를 하며 야근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요즘을 보내고 있다.

부디 다음정권에서는 가족과 일이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대통령이 나오길 기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