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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이네 집/이안 & 지안이네 이야기

아기가 운다

산후조리원 시절


아기가 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리 아가가 울고 있다. 어르고 달래도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 품에 안으면 포옥 안기다가 이제 자는 건가 싶다가도 이내 곧 운다. 눈에 눈물도 안나는데 운다. "응애~ 응애~"하면서. 아가들은 어떻게 그렇게 우는 소리가 비슷한지 신기하기만 하다. 

신기해하면서도 어떻게 우리 아기를 재워야 할지 고민에 빠질때쯤 더 크게 우는 소리에 영혼이 잠시 나갔다 들어온다. 일명 멘붕. 그때 쯤 구세주가 등장한다. 그분은 바로 애기엄마.

애엄마가 아기를 안았을때 울음소리가 서서히 줄어들며 다시 평온함을 찾는다. 물론 안그럴때도 있는데 그럴땐 두가지의 경우로 압축된다. 배가 고프거나, 똥 오줌을 쌌거나 하는 경우인데 전자의 경우엔 바로 젖을 물리고 후자의 경우엔 내가 드디어 할 일이 생긴거다. 

기저귀를 가는 것도 처음엔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밴드를 너무 꽉 쪼이기도 하고 너무 헐렁하게 해서 오줌이 등으로 새기도 하는 등 어설프기 짝이 없었는데 이제 제법 능숙하게 가는 실력이 생겼다. 시간이 약 이랄까..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던데 나도 그 경지에 오른건가? 싶을때 한 사건이 터졌다. 애 키우면 다들 겪는 일들이라고 하던데... 이안이가 똥을 쌌는데 똥이 가슴팍까지 뭉개져 올라왔다. 스윙에 앉혀 놨을때 잘 놀다가 갑자기 얼굴이 살짝 새빨개지면서 힘을 주는 것 같다가 이내 곧 표정이 편안해졌다 싶었는데 또 운다. 그래서 안아줬더니 스멀스멀 올라오는 똥냄새.. 뉘여 놓고 바지를 벗기려 상의를 들어올리는 순간 "오 마이 갓" 스윙에 엉덩이가 밀착 되기에 똥이 뭉개져서 등을타고 가슴팍까지 올라온것이다. 어떻게 치워야 할까? 바로 물로 씻겨야할까? 물티슈로 닦을까? 3초간 고민할 때쯤 애엄마는 벌써 행동에 옮기고 있다. 역시 엄마는 위대하다. 아빠가 머뭇거리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바로 아기를 위한 행동이 나온다. 물티슈로 1차, 물로 마무리를 하고 아기를 평안하게 해준다. 

새벽에 아기가 울면서 일어날때 아빠는 그 소리가 잘 안들린다. 하지만 엄마는 조그만 소리에도 일어나 아기를 토닥여주고 젖을 물리고 재운다. 역시 엄마는 다르다.

오늘 이후로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가 아니고 아빠가 쓰는 육아관찰기로 변경이다. 아직은 주체적으로 "일기" 라는 것으로 쓸 자신이 없다. 그저 애기엄마 옆에서 지켜보며 관찰하면서 쓸 예정이다.